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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사 (영매가)
  나그네   2010-11-04   1757
매화사 (영매가)






매화 그림자 비친 창에 가야금을 타는 미인이 비스듬히 앉아 있는데

두어 명의 노인은 거문고 뜯으며 노래하도다.

이윽고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할 때 달이 또한 솟아오르도다.



연약하고 엉성한 가지이기에 어찌 꽃을 피울까 하고 믿지 아니하였더니

눈 올 때 피겠다고 하던 약속을 능히 지켜 두세 송이가 피었구나

촛불 잡고 너를 가까이 완상(玩賞)할 때 그윽한 향기는 방안을 떠도는구나.



빙자옥질이여, 눈 속에 피어난 매화! 너로구나.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저녁달을 기다리니

아마도 맑은 운치와 높은 절개를 지닌 것은 오직 너뿐인가 하노라



눈올 때쯤 피우겠다더니 너 과연 피었구나.

황혼에 달이 뜨니 그림자도 듬성하구나.

매화, 너의 맑은 향이 술잔에 어리었으니 취해 놀고자 하노라.



황혼에 뜬 달은 미리 너와 만날 기약을 하였더냐?

화분 속에 잠든 꽃이 향기를 풍기며 맞이하는구나

내 어찌 달과 매화가 벗인 줄 몰랐던고 하노라.



바람이 눈을 몰아 창문에 부딪치니

찬 기운이 방으로 새어 들어와 잠들어 있는 매화를 건드린다.

아무리 얼게 하려 한들 매화의 봄뜻(새봄이 찾아왔음을 알리겠다는 의지)을 빼앗을 수가 있을 것인가



저 건너 나부산 눈 속에 거무튀튀 울퉁불퉁 광대등걸아

너는 무슨 힘으로 가지를 돋쳐서 꽃조차 피웠는가

아무리 썩은 배가 반만 남았을망정 봄기운을 어쩌하리오.



동쪽 화분에 숨은 꽃이 철쭉꽃인가 진달래꽃인가

온 세상이 눈에 덮여 있는데 제 어찌 감히 필 것인가

알겠구나, 백설 속에서도 봄인 양하는 것은 매화밖에 또 누가 있으랴.

요점 정리

지은이 : 안민영

갈래 : 평시조, 연시조(8수)

성격 : 영탄적, 예찬적, 환상적

제재 : 매화

표현 : 작자의 기품 있는 성품이 매화에 투사(投射)되어 나타난 작품으로 매화의 그윽한 향기를 통해 지은이의 고결한 성품을 엿볼 수 있고, 매화에 대한 작가의 애틋한 사랑이 의식의 확산을 통해 방밖에 있는 눈 속의 매화로 확대되면서 시상이 강화되고 있음

주제 : 매화 예찬

출전 : 금옥총부

내용 연구

매화 그림자 비친 창에 가야금을 타는 미인이 비스듬히 앉아 있는데

두어 명의 노인은 거문고 뜯으며 노래하도다.

이윽고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할 때 달이 또한 솟아오르도다.



연약하고 엉성한 가지이기에 어찌 꽃을 피울까 하고 믿지 아니하였더니

눈 올 때 피겠다고 하던 약속을 능히 지켜 두세 송이가 피었구나

촛불 잡고 너를 가까이 완상(玩賞)할 때 그윽한 향기는 방안을 떠도는구나.



빙자옥질이여, 눈 속에 피어난 매화! 너로구나.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저녁달을 기다리니

아마도 맑은 운치와 높은 절개를 지닌 것은 오직 너뿐인가 하노라



눈올 때쯤 피우겠다더니 너 과연 피었구나.

황혼에 달이 뜨니 그림자도 듬성하구나.

매화, 너의 맑은 향이 술잔에 어리었으니 취해 놀고자 하노라.



황혼에 뜬 달은 미리 너와 만날 기약을 하였더냐?

화분 속에 잠든 꽃이 향기를 풍기며 맞이하는구나

내 어찌 달과 매화가 벗인 줄 몰랐던고 하노라.



바람이 눈을 몰아 창문에 부딪치니

찬 기운이 방으로 새어 들어와 잠들어 있는 매화를 건드린다.

아무리 얼게 하려 한들 매화의 봄뜻(새봄이 찾아왔음을 알리겠다는 의지)을 빼앗을 수가 있을 것인가



저 건너 나부산 눈 속에 거무튀튀 울퉁불퉁 광대등걸아

너는 무슨 힘으로 가지를 돋쳐서 꽃조차 피웠는가

아무리 썩은 배가 반만 남았을망정 봄기운을 어쩌하리오.



동쪽 화분에 숨은 꽃이 철쭉꽃인가 진달래꽃인가

온 세상이 눈에 덮여 있는데 제 어찌 감히 필 것인가

알겠구나, 백설 속에서도 봄인 양하는 것은 매화밖에 또 누가 있으랴.



매영 : 매화의 그림자

성긘 : 사이가 뜬, 엉성한

암향(暗香) : 매화의 그윽한 향기

부동(不動) : (향기가) 떠돎

암향부동 : 송나라 임포의 산원소매(山園小梅)'라는 시 중, '소영횡사수청천(疎影橫斜水淸淺) 암향부동황혼월(暗香不動黃昏月)'[성긴 그림자 옆으로 비껴 물은 맑고 잔잔한데, 그윽한 향기 풍기는 어스름 달밤]이라는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빙자옥질 : 얼음처럼 깨끗한 자태와 옥같이 고운 자질. 매화의 별칭

황혼월 : 황혼에 뜨는 달

기약하니 : 기다리니

아치고절 : 우아한 풍치와 높은 절개로 매화의 별칭

합리 : 화분 속

모라 : 몰아

산창 : 산장의 창문

새여 드러 : 새어 들어와

침노한다 : 침범한다. 해친다

아슬소냐 : 빼앗을 수 없다(설의법)

얼우려 : 얼게 하려

아슬소냐 : 빼앗을 수 있겠느냐

백설양춘 : 눈 속의 따뜻한 봄

이해와 감상

조선 고종 때 안민영(安玟英)이 지은 시조. 모두 8수의 연시조로 작자의 개인 가집인 ≪금옥총부 金玉叢部≫에 수록되어 있고 ≪가곡원류 歌曲源流≫의 여러 이본들에 두루 실린 것으로 보아 당시 널리 향유된 노래로 보인다.

작자가 1870년(고종 7) 겨울에 스승인 박효관(朴孝寬)의 운애산방(雲崖山房)에서 벗과 기생과 더불어 금가(琴歌)로 놀 때, 박효관이 가꾼 매화가 안상(案上)에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영탄한 노래라고 한다. 이에 따라 ‘영매가(詠梅歌)’혹은 ‘영매사(詠梅詞)’라는 별칭이 있다.

이 작품이 모두 8수로 짜여진 것은 우조(羽調) 8곡을 한바탕으로 하여 부르는 가곡창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 ‘초삭대엽-이삭대엽-중거-평거-두거-삼삭대엽-소용(騷聳)-우롱(羽弄)’의 악곡에 맞춰 8연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형식은 모두 평시조를 취했으나 제7연만 사설시조로 되었는데 그것은 그 곡이 사설시조를 주로 부르는 소용이란 악곡에 얹어 부르기 때문이다. 작품의 구성은 이러한 악곡적 짜임의 분위기와 긴밀한 관련을 보이는데, 즉 ① 1연(초삭대엽)-② 2∼5연(이삭대엽계 : 중거·평거·두거는 이삭대엽의 19세기 파생곡임)-③ 6연(삼삭대엽)-④ 7∼8연(소용·우롱)의 4단으로 되어 있다.

①에서는 원경(遠景)을 노래하되 밖에서 방안을 들여다보는 형식으로 진술되며, 매화, 여인, 백발옹, 거문고, 노래, 달, 술잔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다. ②에서는 시점이 원경에서 근경(近景)으로 바뀌면서 진술의 초점이 매화 자체에 모아진다.

그러면서 ‘눈 속에 피는 매화’,‘매화 향기 속의 달’을 묘사하되 가장 조화롭고 아정(雅正)한 사설을 얹어 부르는 곡에 어울리게 소박한 정서적 경이의 표현으로 그려 놓았다.

③은 ②에서 ④로 넘어가는 중간고리 역할을 한다. 즉 방안의 매화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②쪽으로 연결되면서 한편으로 독백체의 진술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④와 연결되는 진술 패턴을 보인다.

④에서는 시점이 방안의 매화에서 밖의 매화로 이동하여 노래하는 변화를 보인다. 매화에의 애틋한 사랑이 의식의 확산을 통해 방 밖의 매화로 확대되고 눈 속의 매화의 봄뜻을 기리는 소망을 잘 표현해 놓았다. 묘사와 미적 짜임이 뛰어나 작자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참고문헌≫ 金玉叢部硏究(沈載完, 靑丘大學論文集 4, 1961), 金玉叢部에 對하여(姜銓燮, 語文硏究 7, 1971), 19世紀 時調의 變貌樣相(李東姸, 梨花女子大學校博士學位論文, 1995).(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시조에 등장하는 사군자

매화 : 아치고절, 빙자옥질

난초 : 외유내강(外柔內剛 : 겉은 부드러우나 안은 강한 성품)

국화 : 오상고절(傲霜孤節 :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고고하게 피는 절개)

대나무 : 세한고절((歲寒孤節 : 추위 속에서도 오히려 고고한 절개를 지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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